우리말나들이

머지않아와 멀지 않아

안영선 2010. 1. 6. 19:08

"멀지 않아 큰 재앙이 닥칠 거야."
"김 형사, 용의자의 혈액 응고 정도로 봤을 때 우리가 도착한 때보다 머지않은 시간에 살해된 것 같군."
흔히 잘못 쓰곤 하는 '머지않아'와 '멀지 않아'는 상황에 따라 정확히 구별해 써야 할 말이다.
우선 '머지않아'는 미래에 일어날 일이 지금부터 따져 시간적으로 멀지 않다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바로 '시간적으로 가까운 미래'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때만 '머지않아'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그가 올 것이다.', '머지않아 재앙이 닥칠 거야.'가 그 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주의할 것이 있다. 그것은 '머지않아'는 이미 한 단어로 굳어진 말이어서 '머지 않아'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멀지 않아'는 '여기에서 종로는 그리 멀지 않아.'에서처럼 보통 거리 개념을 말할 때 쓰인다. 즉, '가까운 거리'를 뜻할 때 써야 한다.
그런데 '멀지 않아'는 '머지않아'와 마찬가지로 시간 개념에도 슬 수 있어 혼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멀지 않아'는 가까운 거리를 뜻하는 '머지않아'와는 정 반대로 '가까운 과거'를 뜻할 때만 쓰임으로써 구별된다.
즉, "그 사건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일어났어.", "살인은 우리가 도착한 때로부터 멀지 않은 시간에 벌써 벌어졌어."에서처럼 과거 시간의 개념에서만 쓸수 있다.
조성철 chosc1@kfta.or.kr

* [한국교육신문]의 <바른말 고운말>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