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박후기] 유전자 트래킹

안영선 2010. 4. 8. 21:56

유전자 트래킹 / 박후기



걷는다

어두워지는 들판

도꼬마리가 씨앗을 건넨다

바짓가랑이에 들러붙는 것이

도꼬마리의 정착은 아닐 것이다

도꼬마리처럼

몸을 스치는 발길에

마음을 맡긴 적이 있다

식물이 누대에 걸쳐

대륙을 건너듯

내 마음도 그렇게

당신에게 건너가고 있다

그러나 불빛은 너무 멀고,

냄새나는 신발 속에서

발가락들은 끊임없이

어두운 앞길을 더듬지만

언제나 막장이다

별들이 악몽을 꾸며

뒤척이는 밤,

나는 당신의 집에

다다르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