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박후기] 사랑의 물리학

안영선 2010. 4. 8. 21:58

사랑의 물리학 / 박후기

-상대성원리




아주 천천히

떠나가는 당신,

나는 정류장에 서 있고

정작 내가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일 분이

내겐 한 시간 같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당신은

날 알아볼 수 없으리라

늙고 지쳐 구루해진 내 사랑

이 빠진 턱 우물거리며

폐지 같은 기억들

차곡차곡 저녁 살강에

모으고 있을 것이다

서른 살,

하필 지구라는 정류장에서

당신을 만나 사랑을 하고

한 시절

불편한 전생(前生)처럼 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울게 되었듯이

갑작스런 밤의 정전처럼,

검은 이별 앞에서

나는 심지만 남은 사랑을

더듬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