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홀로페르네스의 마지막 성전
홀로페르네스의 마지막 성전 / 김윤배
나는 홀로페르네스*를 꿈꾸네
네게 영혼을 헌정한 후 혀를 깨물어 순결한 피를 삼키고 한 손으로는 심장을 움켜쥐며 다른 한 손으로는 네 아름다운 목선을 어루만지며 내 푸른 뼈마디로 놓아진 계단을 오르는 일생이었네 구름이 잉태하여 하늘을 낳고 바람이 잉태하여 나무를 낳았네 내가 잉태한 욕망은 거룩한 성전性殿이었네
나는 홀로페르네스의 정복을 꿈꾸네
내 마지막 출정은 대지에 뿌릴 봄이었네 봄은 칼끝에 매복되어 있었네 칼날이 베고지나가는 자국마다 대지가 벌어졌네 대지는 어둠이었네 나는 어둠을 양육했네 어둠은 피를 먹으며 자랐네 내 목이 어두워지고 다른 어둠이 내 비명에 젖고 있었네 핏물이 쇄골에 고일 때 나는 내 성전이 한 순간에 쇄락하는 모습을 보았네 욕망 위에 세워진 성전은 내 눈앞에서 허물어졌네
나를 꿈꾸게 한 것은 홀로페르네스의 피흐르는 대지였네
대지는 욕망 위에 있었네
* 유디트의 칼날에 목을 내준 앗시리아의 이스라엘 정벌 대장, 그는 유디트를 사랑했다.
격월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9년 9~10월호 발표
김윤배 시인
1944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 인하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받음. 1986년 《시문학》 및 《세계의 문학》 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겨울 숲에서』 등과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 평론집 『온몸의 시학 김수영』,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