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안영선-벽에 거는 세상
안영선
2011. 7. 23. 07:39
벽에 거는 세상
안영선
놓치기 쉬운 것들이 아내의 세상 속에 달라붙는다 섬세한 손끝으로 주워 모은 삶의 끈 하루가 지나면 쉽게 잊힐 것도 아내의 세상에선 누군가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음 졸이는 딸아이의 시험 날짜이거나 작은놈 태권도 승급 심사, 조롱박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은 아내의 눈에 들어야 하얗고 토실한 속살을 키운다 언제 빛을 찾아 유영할지 모를 조카의 예정일을 적는 아내 더 보탤 것을 찾아 자리 비운 아내의 세상을 슬쩍 바라본다 큼직한 별표에 형광펜을 더한 내 출생의 순간이 이미 자리 잡은 것들의 틈새를 비집고 앉아 있다.
아내가 만든 세상에 생의 끝은 없다 확인할 수 없는 끈은 슬쩍 놓아버린 때문이다 기록되지 못한 것들은 아직도 미궁 속에서 헐떡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