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만월-안영선

안영선 2013. 12. 17. 07:45

 

 

만월

 

안영선

 

 

 

낙과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농협의 체납 이자도 많아졌다 대형 마트의 낙과 할인 판매는 바자회 혹은 선심성 자선 행사처럼 화려했다 그들은 또 다른 이윤 만들기에 바빴고 나무 상자 채 가득 쌓아놓은 낙과 옆에는 열대 과일이 엠보싱 용기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과일 좌판을 따라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 그려놓은 홍옥이 과수원 김 씨의 얼굴처럼 붉었다

 

과수원 옆 비탈에 쑥부쟁이가 피기 시작했다 트랙터가 출하를 앞둔 질퍽한 배추밭을 갈아엎는다 녹아내린 배춧잎의 알싸한 군내가 최 노인 댁 무밭으로 옮겨가는 트랙터 바퀴에서 출렁거린다 트랙터 뒤를 쫓는 최 노인의 걸음이 저녁노을처럼 붉었다

 

봉제선 위로 만월이 고개를 든다

 

(계간 <문학의오늘>, 201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