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5|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황지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5|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황지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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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지 우
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廢人을 내 자신이
우기다. 비를 맞고 걸어본 사람은 처음엔 옷이 무겁다는 것을, 나중엔 몸이 무겁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딸아이의 초경을 바라보는 아비도 마흔 줄을 넘겼을 터, 그가 걸친 生이라는 이름의 가죽부대가 ‘끔찍하’게 느껴질 만도 할 것이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적, 나라고 왜 없었을까. 그러나 벗어날 수 없다면 견디자. 저물어 가는 하루, 세상 끝 나 혼자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땐 일을 놓고 잠시 ‘아름다운 폐인’이 되어보자. 비라도 내리는 날, 경안천변 흐린 주점에 앉아 ‘등 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들어주면서’ 남겨진 인생처럼 줄어든 ‘술잔의 수위’를 적막하게 바라보자, 그대여.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