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8| 연애질 | 이덕규
울림을 주는 시 한 편-8| 연애질 | 이덕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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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질
이 덕 규
북조선에선 남녀가 사귀는 걸 두고 연애질이라고 한다는데, 연애질!
삽질, 낫질, 낚시질, 손가락질, 연장질, 땜질……. 접미사 ‘~질’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 그 자체이다. 여러 가지 ‘~질’ 중에서 ‘연애질’만큼 흥미롭고 가슴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마음은 이미 보리밭에 가 있는데, 결국 ‘입질’만 하다가 돌아서야 하는 심정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조금은 슬프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랫말처럼, 뛰어난 해학에는 당연히 울림이 부록으로 따라오기 마련. 남양주 사는 이시백이 명랑 해학소설로 농촌의 실상을 풍자하고 있다면, 시단에서는 근동 화성에 사는 이덕규의 걸쭉한 입담이 단연 돋보인다. 농사도 짓고 식당도 벌여 놓았지만 시만큼 이덕규다운 것도 없다. 우리는 가래질을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옆집 논두렁까지 살폈던 민족. 삽질이라고 다 같은 삽질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여유와 해학을 잊고 속도전에만 매달리게 되었는지…….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