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42|봄의 강가|유종인
안영선
2014. 1. 5. 17:41
울림을 주는 시 한 편-42|봄의 강가|유종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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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강가
유 종 인
언젯적 곡두라는 말 새로 들으니 영구치가 치받아 가만히 유치(幼齒)가 흔들리는 봄이 거위영장처럼 다니러 오는 맹목(盲目)도 사랑의 쪽매이었지 그러면, 딴청 피우듯
유종인은 천상 시인이라고. 그가 시를 쓰지 않았으면 ‘슬픔의 데릴사위’가 되었거나 ‘눈독이 지긋한’시인의 남편으로나 살았겠지. 그의 눈망울을 보면 참으로 순한 소를 보는 듯해서, 웬만큼 눈치가 없는 사람도 그의 전생쯤은 단박에 알아맞힐 수가 있다니까. 봄 강가에 서면 갑자기 하릴없어 지는 걸 나도 알아. 시가 물 위로 떠오르고, 굳이 상징을 들이대지 않아도 이별 혹은 죽음 같은 말들이 강물 위를 떠다니지. 그러니까, 일이 없더라도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강가에 한 번 서보라고. 내 인생이 얼마만큼 흘러왔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냐?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