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118 | 딸들의 저녁식사 | 신달자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18 | 딸들의 저녁식사 | 신달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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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달 자
우리들은 둘러 앉아
우리들은 모두 엄마가 다르지만
우리들은 한 남자를 모두 아버지라 부르지만
그 남자 하나를 온전히 가지지 못해 발광의 가슴을 뜯으며
딸들이 와르르 웃으며 눈물을 찍어 낸다
새벽까지 한 남자를 기다리던
엄마의 늙은 딸들이 모여 앉아
엄마가 다르나 어딘가 비슷한 딸들이 와장창 웃을
때
배가 다른 자매들 마주 앉아 저녁밥을 먹는다.
이제는 죽은 어미보다 더 늙어버린 딸들이 모여 ‘그 엄마’들이 온전히 가질 수 없었던 아비를 용서하기로 한다. 예전엔 그리 보기 드문 일도
아니었으나 겉으로 처지를 드러내놓고 말할 형편도 아니어서 다들 가슴에 돌멩이 하나씩 얹어 놓고 살다 갔으리라. 그래도 세월이 지나고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어머니 아버지 왜 날 낳으셨나요, 원망보다는 벌처럼 꽃을 오가던 아비를 미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니 말이다(결심이 아닌
결정이지만). 아비들이 집 밖에서 깃들던 여자 역시 누군가의 딸이요, 누군가의 어미가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