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4 | 골목의 자유 | 김유석
안영선
2014. 1. 6. 23:12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4 | 골목의 자유 | 김유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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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자유
김 유 석
황망히 뛰지 말 것, 실밥처럼 드르륵 뜯겨질 수 있으므로
모퉁이와 모퉁이를 누벼 만든
튀밥 냄새
나는,
함부로 침 뱉지 말 것, 내 그림자에 떨어질 수 있으므로
뫼비우스의 띠일
뿐인 생의 담벼락에
내일 때문에 늙어가는 것만은 아닐 것이므로
밤에만 문을 여는 만화점 모퉁이, 혹은
헛기침으로 딱 한 번 돌아다볼 것
골목은 혈관, 피톨인 우리들은 골목을 돌고 돌며 살아간다. 아침마다 출근 시간에 쫓겨 골목을 내달리는 피톨들, 하루 종일 혈관을 돌고 돌아 저녁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온다. 밥이 익고 찌개가 끓기도 하지만, 가끔 밥그릇이 날아다니고 상다리가 부러져 밥상이 주저앉기도 하는 우리들의 집구석. 구석구석 피가 돌지 않으면 몸은 썩게 되고, 골목이 막히면 우리의 생도 막힌다. 골목은 모세혈관, 서로를 이어주는 작은 핏줄이다. 또한 골목은 말초신경이다. 왜 우리들의 용기는 낮에는 집을 비우고 사라졌다가 밤만 되면 불을 끄고 슬며시 일어서는가.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