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5 | 흰 그늘 속, 검은 잠 | 조유리
안영선
2014. 1. 6. 23:15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5 | 흰 그늘 속, 검은 잠 | 조유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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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그늘 속, 검은 잠
조 유 리
한 삽 푹 퍼서 언덕 아래로 뿌리면 그대로 몸이 되고 피가 돌 것 같구나
목단 아래로 검은 흙더미 한 채 배달되었다
눈발들이 언
손 부비며 사람의 걸음걸이로 몰려온다
먼 타지에 땔감으로 묶여 있는 나무처럼 뱃속이 차구나
흑(黑)빛으로 얼어붙는구나
사람이 살지
않는
죽어서도 곡(哭)이 되지 못한 눈바람이 검붉게 휘몰아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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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죽어본 적 없으니, 우리가 죽음을 알 턱 없으나 죽음을 모르고 어찌 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고찰 없이 어찌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죽음이 생의 목적지는 아닐 텐데 우리는 어째서 넋 놓고 살다 죽음 앞에 도착해서야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는 것일까. 왜, '타인의 문장 속'에서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냐. 단 한 줄이라도 나의 생을 살아야 하느니, 몇 번의 봄이 당신 앞에 나타났다 사라질 것 같은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처럼 길지 않으며, 생은 인저리 타임(Injury Time)도 없다.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