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8 |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8 |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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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당신에게 묻는다. 가장 최근 ‘무엇이 당신을 힘들게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언제인가? 가장 최근 ‘무엇이 나를 슬프고 힘들게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반문한 것은 어제 저녁이었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읽고 그런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세계와의 소통이 부족한 나 자신이었다. 타인의 아픔에 눈을 감고 어찌 나의 슬픔이 반으로 나눠지길 바라겠는가. 신라 말 경문왕이 왕이 되고 난 뒤 갑자기 귀가 당나귀 귀가 되었는데,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왕의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幞頭匠)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죽기 전에야 대나무 숲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쳤다. 천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우리는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혹시 경문왕만 혼자 제 귀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귓바퀴 안쪽 아래가 둥글게 패여 있는 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그곳에 담아 들으라는 이유는 아닐까. 즉, 귀담아 들으라는 말의 어원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소통은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느니, 정치권이든 남북이든 부모 자식 간이든 형제지간이든 제발 소통 좀 하고 살자.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