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35 | 자매 | 백은선
안영선
2014. 1. 7. 20:37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35 | 자매 | 백은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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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백 은 선
색색의 조명등이 나에게 여러 개의 그림자를 달아준다
우리 자매는 몇 가지 놀이를 가지고 있다
맹세를 할 때는 맹세만을 생각한다
식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거품이
터지는 소리
언니는
오래도록 식탁 아래 남아
가느다란 빛이 두 귀를 관통한다
초식동물들의 몸 안에 새겨진
가능하다면 리본처럼 풀어지는 혀를
나는 언제부터 동화적 상상력을 잃어버린 걸까? 언제부터,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는 동화 속에나 있는 일이며, 동화 속의 그 모든 해피엔딩은 왜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고 믿게 된 것일까? 어릴 때, 탁자 아래 혹은 서랍 속의 비밀 주머니에서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웠으나, 이제는 그 모든 일들이 마치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옆집 아저씨 이야기쯤으로나 듣고 있구나. 자매들은 엄마가 되는 순간 헤어지는구나. 나도 너도.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