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40 | 완벽한 불판 | 이금란
안영선
2014. 1. 7. 20:55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40 | 완벽한 불판 | 이금란 | ||||
| ||||
-->
완벽한 불판
이 금 란
친절하게 고기가 익어갈 때 우리는 젓가락으로 침묵을 만지작거렸네
눈에 까만
연기가 들어온다
불판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읽지 않은 책으로 쌓여가고
모든 오해는 시간을 까맣게 태우고 있지
핏방울이 떨어지는 불판 위
맨살을 뒤적이는 손가락은 하나씩 잘려 나가고 있다
어둠이 불빛에 데이듯 시간의 속살을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불 안의 나는 고기처럼 뜨겁고
불판은 까맣게 타고 있는데
우리는 고기를 구우며 늙어간다. 있는 힘과 정성을 다해 고기를 뒤집으며 능력을 점검한다. 숯처럼, 불이 잘 붙지 않는 중년을 겨우 불사르며, 젓가락 같이 말라간다. 끓는 고기를 앞에 두고.. ■ 박후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