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시로 쓰는 편지 - 3|볼록볼록|신현정

안영선 2014. 1. 23. 17:38

 

 

볼록볼록

 

신현정

 

 

과연 이 시각 안내견을 앞장세워

맹인 하나 어김없이 지나가는 이 시각 이 길을

발 디딜 때마다 해가 볼록볼록

달이 볼록볼록

별들이 볼록볼록

그리고 꽃송아리들이 볼록볼록 올라오는

보도블록으로

교체해주셨으면 하고 존경하는 시장님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도 한 번쯤은 밟고 지나가게 해주셨으면 하고 시장님.

 

 

 

당신께 드리고픈 새해 ‘새마음’. 언제나 ‘길’은 ‘나아감’을 떠올리게 하지요. 우리가 마주하게 될 풍경이 여기 있습니다. “이 시각 안내견을 앞장세워// 맹인 하나 어김없이 지나가는 이 시각 이 길을” 바라보아요. 만약 “발 디딜 때마다 해가 볼록볼록// 달이 볼록볼록// 별들이 볼록볼록” 떠오른다면 어떨까요. 마침내 “꽃송아리들”까지 “볼록볼록 올라오는// 보도블록”이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길’을 나서는 일이 두렵지 않을 거예요. 시장님, 아니 그보다 높으신 이름들이여!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도 한 번쯤은 밟고 지나가게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리나요. ‘마음의 사회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사회의 표정은 곧 구성원들의 ‘마음’이기 때문이지요.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냄새의 시간을 그리며. ■ 이은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