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

[스크랩]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5년 올해의 좋은 시 1000[255]MRI 판독記 - 안영선

안영선 2014. 5. 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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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5년 올해의 좋은 시 1000         255     

 

MRI 판독記

 

 

안영선

 

 

  내 몸의 내면을 들여다 본 적이 있었어

 

  수많은 탐욕이 뼈의 후미진 곳에 더덕더덕 붙어 있더군

  엑스레이 예리한 눈도 피한 비밀이었지

  척추가 애욕의 촉처럼 기우뚱하게 휘어져 있었어

  뭐, 그 정도야

  4번과 5번 요추 사이가 발기한 성욕처럼 튀어 나왔지

  이건, 좀 흥미로운데

  담당 의사는 내 몸을 보더니 짜릿한 전율을 느끼더군

  그의 관음증이 내 몸의 이면을 훑고 있었지

 

  속내를 드러내는 일은 자위를 들킨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야

  내 몸의 단면이 나이테를 닮았다더군

  눈으로 새긴 것들이 차곡차곡 나이테를 채웠을 텐데

  그는 발기한 것들을 요추추간판탈출증이라 부르더군

  욕망은 잘라낼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내 질곡한 생의 흔적 오롯이 놓치기는 싫었어

  더 이상 발기하지 않도록 신경주사를 맞으라 했지 

  이제 내 척추 일부는 식물인간처럼 살게 될 거야

 

  참, 우습지

  벌써 내 사랑도 무뎌지기 시작했어

 

 

계간 『작』 2014년 봄호 발표


 

 

안영선 시인

경기도 이천에서 출생. 국민대학교 국문학과와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2013년 제1회 《문학의 오늘》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출처 : 용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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