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시로 쓰는 편지 - 35|뜰힘|이현호
안영선
2014. 11. 4. 19:46
뜰힘
이현호
새를 날게 하는 건
날개의 몸일까 새라는 이름일까
구름을 띄우는 게
구름이라는 이름의 부력이라면
나는 입술이 닳도록
네 이름을 하늘에 풀어놓겠지
여기서 가장 먼 별의 이름을
잠든 너의 귓속에 속삭이겠지
나는 너의 비행기
네 꿈속의 양떼구름
입술이 닳기 전에 입맞춤해줄래?
너의 입술일까 너라는 이름일까
잠자리채를 메고 밤하늘을 열기구처럼 솟아오르는
나에 대해
가을 하늘, 몇 겹의 파란 종이. 시인은 우리에게 새, 구름, 입술, 별, 비행기에 대해 속삭입니다. 그 속삭임에는 존재의 동력에 관한 비밀이 숨어있는 것 같지요. 일찍이 셰익스피어는 ‘장미는 장미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향기롭다’고 했습니다. 과연 새와 구름 그리고 별이 하늘에 머무를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질문을 잠시 접어두고, ‘나’는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잠든 ‘너’에게 아득한 별의 이름을 들려주고 싶어 하기도 하네요. 그 순간 ‘나’는 ‘너’의 비행기이며, 꿈속의 양떼구름으로 떠 있습니다. 어쩌면 존재의 동력은 ‘용기’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요. 용기를 내, 라는 말은 외부에서 그것을 빌려오거나 가져오라는 뜻이 아니겠지요. 내부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라는 격려에 가깝지 않을까요. 세상의 모든 ‘나’와 ‘너’에게 전하는 다독임. 진정한 ‘용기’란 자신 스스로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의 근원적 질문과 닿아있는 ‘뜰힘’에 대해, 우리 앞에 펼쳐질 겹겹의 시간에 대해. 이은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