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도시의 법칙1-안영선

안영선 2015. 6. 26. 06:38


도시의 법칙1

 

안영선

    

빌딩 이면은 늪지처럼 축축하다

이 늪지를 기억하는 것은 초점을 놓친 눈알

날 무뎌진 발톱

골목을 기웃거리다 멎은 심장

겁에 질려 찔끔찔끔 흘린 배설물

사나운 종이 등장했을 때

그들은 허세 좋게 건들대기도 하고

애써 으르렁대기도 하고

더러 숨을 곳을 찾기도 하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늘어지는 열대 기후 울창한 원시림

늘어진 햇볕 속에 열대 언어가 우수수 쏟아진다

무색의 언어가 만드는 투명한 경계

그 너머로 진화한 사피엔스 종이 즐비하다

갑과 을이 존재하는 도시

먹이사슬 속에서 느끼는 서늘한 기운

 

배설을 놓친 몸들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 [용인문학] 25호, 2015년 상반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