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詩읽기
시로 쓰는 편지-84ㅣ석류ㅣ신동옥
안영선
2016. 1. 9. 07:37
석류
신동옥
가지 끝에 피톨을 머금고 삼켜 솟구치는 불의 나팔
밤하늘로부터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대답에 귓바퀴를 안으로 돋는 옹골찬 타악기
떨어져 썩은 한 알이 가지에 기어올라 과육을 졸이고 졸여서 쪼그라 들어서 샅을 긁고 습진을 털어내고 다시 잎을 틔울 때
끝간 데까지 저를 물리고도 모자라 검붉게 달아오른
핵, 탄착점 없는 열정이 꿈꾸는 희생자 없는 세계의 고요한 애절양(哀絶陽).
새해, 모두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입니다. 약속처럼 모든 해는 붉게 떠오르지요. 해돋이를 보다 떠오른 건 뜻밖에도 붉은 석류. 그 모습이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가지 끝에 피톨을 머금고 삼켜 솟구치는 불의 나팔”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향해 목청껏 외치는 일에 조금 지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할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희망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석류 알처럼 단단한 마음이 아닐까요. 다시 한 번 ‘마음의 사회학’을 떠올려 봅니다. 그 투명한 열정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까지. “핵, 탄착점 없는 열정이 꿈꾸는 희생자 없는 세계”를 꿈꾸는 한 해 되기를 바라며 믿으며 손모아 올림. 이은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