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新몽유도원도 11 - 안영선

안영선 2019. 7. 3. 08:36


몽유도원도 11

- 명퇴

 

안영선

 

 

새로운 생을 여는 한 사내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퇴근 준비를 합니다 외길로 달려온 생이 마침표를 찍습니다 더러는 축하를 더러는 아쉬움을 더러는 부러운 시선을 보냅니다 두 손을 꼭 잡으며 멋진 미래를 꿈꾸라 합니다 폼 나게 살라 합니다 넓은 세상 마음껏 누리라 합니다 친구랑 세계 여행도 다니고 친구랑 좋아하는 산에도 다니고 이제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살라 합니다 살림 걱정 잊고 자식 걱정 잊고 모두 잊고 살라 합니다 빈 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며 자주 연락하라 합니다 자주 연락하겠다 합니다 거푸 몇 잔의 축하주를 받아 마십니다 도화桃花 향 가득한 거리를 밤처럼 휘청거리며 떠돌다 돌아와 눕습니다

 

사내는 내일 아침 눈 뜨기가 두려워 이불 속에서 밤새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