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안영선 - 소나무 장미
안영선
2020. 7. 19. 09:23
소나무 장미
안영선
학교 울타리에 소나무 장미가 활짝 피었다
초록에 싸인 붉은 숨결은
해그림자 따라 늘어진 심장을 설레게 한다
지난 오월,
계절은 송홧가루처럼 몽환스럽게 내렸다
몽롱이라는 한 절기가 흐르던 시절
송홧가루 취한 장미는 소나무를 한껏 안았으리라
서로의 가시를 포개는 황홀한 떨림
더러는 애틋함이 가슴에 꼭꼭 박혔으리라
붉은 핏방울이 봉오리처럼 송골송골 맺혔으리라
붉게 흐른 눈물이 고여 생흔이 되고
그 상처는 허공에 붉은 별이 되었다
별에서 태어난 꽃
공생의 시간이 하늘가에서 맴을 돈다
더운 바람이 시샘하듯 톡톡 건드려 보지만
가시로 맺은 굳은 언약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 [용인문학] 34호(2020년 상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