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로봇으로 살아남기_안영선
안영선
2021. 12. 4. 04:04
로봇으로 살아남기
안영선
내 이름이 사라졌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하던 날
성당에서 바코드 하나가 문자로 도착했었다
바코드가 없으면 미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도 동봉되었다
미사 직전 성당 입구는 바코드 찾기로 소란스럽다
자원봉사자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처럼
능숙하게 바코드를 찍던 기억이 난다
계산대에 올려진 상품 다루듯
순간, 내 몸도 감성을 놓은 물건이 되어 가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열 화상기 앞을 지나 세상과 마주한다
아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신체가 다양한 색으로 채워지는 순간
모니터 요원은 내 머리 위에 쓰인 숫자를 기계처럼 읽는다
개인 식별 표식인 QR 코드를 화면에 대자
접종 완료 정보와 14일 경과 정보도 친절하게 확인해 준다
빅데이터에 정보를 제공해야 출근도 하고 밥도 먹을 수 있다
나는 원래부터 로봇이었을지도 모른다
- 2021년 [화성작가] 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