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어느 강사의 하루_안영선

안영선 2021. 12. 4. 04:06

어느 강사의 하루

 

안영선

 

 

오늘도 750분이면 출근을 한다

나는 녹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 손 소독하세요

- 자가 진단하셨어요

- 한 줄로 서 주세요

나는 아침부터 지독한 세상과 대치 중이다

중국 유명 대학 출신이라는 것

한때 잘 나가는 중국어 강사였다는 것

나의 화려한 이력은

팬데믹 뒤에 슬며시 숨어버렸다

시급 만 원, 주당 14시간

4대 보험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코로나로 나의 일상은 사라졌지만

오늘도 나의 일상은 코로나와 동행 중이다

화장실 손잡이, 교실 창틀

손이 닿는 곳마다

입안을 맴돌던 중국어 낱말은

잊힌 기억처럼 하나씩 닦여 나갔다

- 니하오

이 짧은 한마디도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는데

오늘도 소독약 냄새에 취한 생이

코로나 속에서 간신히 간신히 버티고 있다

 

 

 

 

- 2021년 [화성작가] 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