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詩
이름과 얼굴 사이_안영선
안영선
2021. 12. 4. 04:08
이름과 얼굴 사이
안영선
그의 얼굴이 드러났을 때
나는 도저히 그를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 날카로운 눈꼬리를 가졌고
넓은 이마는 그만의 독특한 표지다
어울리지 않는 초점을 놓친 퀭한 눈빛만이
내가 그를 기억하는 구조적 장치다
거리두기 카페에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면
얼굴이 언뜻언뜻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그의 오뚝한 콧등이 나를 설레게 한다
인중을 따라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은 저리 영롱했었나
그는 언제부터 멋진 미소를 지녔을까
더러는 가려졌을 때 더 익숙한 것이 있다
미치도록 설레는 그의 환한 얼굴이
한없이 한없이 낯설어지는 건
팬데믹 시대를 사는 서러움 같은 것
나는 아직도
그의 이름과 얼굴 사이에서 정신이 혼미하다
- 2021년 [화성작가] 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