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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박후기] 비박

by 안영선 2010. 4. 8.

비박 / 박후기



눈 내리고,

산장에서 비박하며

취사장 흐린 불빛 아래

차가운 벽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문밖엔 눈 덮인 빨간 우체통이

떠나가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품은 채

밤새 앓고 있다

구겨진 엽서 한 장

무릎 위에 올려놓고

볼펜 거머쥔 손아귀에 호호

입김 불어가며 적었던

살얼음 글씨 몇 자

결국, 보내지 못했다

너를 생각하면

얼어붙은 뺨보다 가슴이 더 시리지만,

사랑을 잃고 산길을 헤매는 사람끼리

체온을 나누어 갖는 밤도 슬프진 않다

어차피 네게로 가는 길도 지워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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