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108 | 눈물의 방 | 김정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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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방
김 정 란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작고 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
하지만 그곳에서
아프니? 많이
아프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 보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 보면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크고 큰 방
삶이 감동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나와 한두 달, 혹은 결혼 후 몇 년 살다보면 알게 된다. 감동과 서러움과 기쁨과 후회와 서글픔이 섞어찌개처럼 한데 섞여 우리와 한 방을 쓰며 살아가듯이, 그 맵고 씁쓸하고 달콤하고 아린 것들의 궁극에는 눈물 방이 있다. 슬퍼도 눈물이 흐르고 기뻐도 눈물이 흐른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도 눈물,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눈물, 슬픈 영화를 보다가도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강물처럼 흐르나 그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몸속의 수분이 빠져 나간다. 늙는다는 것은 피와 살이 말라가며 몸에 가뭄이 든다는 얘기인데, 유독 두 눈에만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넘쳐난다. 그것은 두 눈이 우리 몸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눈물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고여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가뭄이 든 저수지에서 가장 깊은 곳의 물이 가장 나중에 마르듯이 말이다.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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