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44 |칸타타 사탕가게 |김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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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사탕가게
김 현 서
사탕가게는 네거리 약국 옆에 있다
가방은 무겁고 새벽 두 시의 침묵은
아프다
사탕가게로 가는 길은 다가갈수록 멀다
하반신이 잘린 채 웃고 있는 사과나무와
늦은 시간에 사탕가게로 간다
강물은 머리칼처럼 뒤엉켜 순조롭게 흘러가고
어둠으로 두 뺨이 불룩해진 사탕가게 앞에서
사탕은 순수하다. 쓴 맛을 단 맛으로 속이지도 않는다. 달콤한 맛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사탕 장수의 농간이지 그것이 사탕의 죄는 아니다. 어릴 때는 사탕을 입에서 놓지 않고 지내다가 커가면서 사탕을 멀리한다. 이가 썩는 이유가 어디 사탕만의 잘못인가. 세상 쓴 맛을 알게 되면서 순수의 단맛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늙어 다시 아이처럼 몸이 작아지면 우리는 다시 사탕을 찾는다. 마치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박하 향을 입 안 가득 물고 잠이 드는 것이다.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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