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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시로 쓰는 편지 - 8|동백이 활짝|송찬호

by 안영선 201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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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 활짝

 

송찬호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남도에서 온 안부를 전해요. 동백이 피고 있습니다, 라는 문장은 산 넘고 물 건너는 사이 적잖이 붉어졌겠지요. 우리는 상춘객이 되어 벌써 동백 원림에 서있습니다. 세상이 잘못되어갈수록 꽃을 보고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동행을 자처한 시인은 풍경번역가, 뜻밖에도 사자와 동백을 마주합니다.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피웠”네요. 보이지 않는, 보이는 “허공으로의 네 발” 그리고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식물적 상상력에 더해진 짐승의 발과 갈기라니요. 한 호흡 쉬고 이어지는 목소리,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는 다짐이 결연합니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말이지요. 어쩌면 ‘동백꽃이 저 바람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생각해보면 모든 꽃 앞에서 결연하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풍경번역가 대신 상춘객이 세상을 향해 읊조리네요. ‘나는 어서 인생을 완성해야만 한다’. 저만치, 온 몸으로 나뒹구는 붉은 향기 몇 점. 이은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