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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김지원]-월랑봉

by 안영선 2014. 5. 3.

 

 

 

월랑봉

 

김지원

 

 

오름의 이마를 짚는 달의 얼굴이 창백하다

 

사철 꽃을 피우던 신()들의 고향,

하늬바람을 막아주는 설문대 할망의 걸작,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 6번지

삼나무 가지마다 핏빛 울음이 걸렸다 

 

웡이자랑, 웡이자랑,

밤이면 선수머셋굴**을 떠도는

어린 아기 잠재우는 어미의 노래,

날아가던 산 까마귀도 차마 고개를 떨군다 

 

유채꽃 만발하던 그 해 사월,

수상한 회오리 바람이 마당을 기웃거리던 그날,

죄목도 모른 채 부른 배를 안고 토벌대에 끌려간 내 어머니,

, 입을 열지않는다

물기 잃은 송장 풀의 가는 배내똥,

짝 잃은 검정 코 고무신 한 짝,

한때는 몸이 있었다는 흔적을 알릴 뿐,

 

오랜 시간, 기억의 꼬리를 물고 꼬리를 감추었던 바람,

오늘은 달을 물고 또 사라진다

봄을 잃은 월랑봉(月郞峰) 은 몸 져 누웠는데,

 

 

*다랑쉬 오름

**오름 남쪽 기슭에 있는 굴

 

 

<1회 제주평화문학상> 시부문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