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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시로 쓰는 편지 - 36|반성 100|김영승

by 안영선 2014. 11. 4.

 

반성 100


김영승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면서 얘기했다.

 

 

 

연탄, 그저 연료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기 어렵지요. 그렇게 무른 살결로 그렇게 따뜻할 수 있다니. 오늘의 주인공은 셋, 연탄장수인 아빠와 두 딸이 나옵니다. 우리는 시의 초입에서, 그들이 가야할 집이 골목 끝이 아니기를 바라게 되지요. 숨을 몰아쉬었겠지만 무사히 도착했다니 다행 입니다. 하나 둘 셋…. 딸이 아빠에게 전하는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라는 말은 추측일까요, 다짐일까요. 분홍 소녀들이 검은 연탄을 나르기 시작합니다. 얼굴에 묻은 검정을 손등으로 훔칠수록, 누군가 붓질을 한 듯 만 듯. 이럴 때 명랑은 슬프기도 눈부시기도 합니다. 한 방을 쓰는 것 같은 늦가을과 초겨울, 그들을 바라보던 시적 주체는 생각합니다. 만약 미래의 딸이 있다면 이 풍경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이지요. 그 순간 무심하게 들려오는 “니들은 두 장씩 날러”. 묵묵하게 일하던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면서 얘기.”합니다. 아낀다는 말은 아껴주는 마음에서 나오고, 초겨울은 늦가을에서 비롯되는 이치.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진 몫은 저마다의 ‘반성’. 이은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