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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감동이 있는 시-192ㅣ혓바늘ㅣ김기택

by 안영선 2023. 7. 25.

혓바늘

         

김기택

 

말할 때마다 따끔따끔하다

밥알이 구를 때마다 혀가 찔린다

물렁물렁하고 뭉툭한 혓바닥에 찔린다

아이스크림을 핥던 촉촉한 탄력에 찔린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뒤지고 입안을 더듬고

혀가 만들어낸 말들을 다 뒤져도

바늘은 찾을 수 없고

말랑말랑한 것밖에는 없어서

 

찌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린다

찔리기도 전에 찔린다

찔리는지 모르고 있다가 느닷없이 소스라친다

 

 

김기택은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기택은 주로 사물시를 써 왔기 때문에 사물주의자로 불린다.

「혓바늘」은 그의 사물시 중의 하나다. 혀에 돋은 돌기로 음식이 닿으면 통증이 오는 병증이다. 말할 때마다 따끔거리고 밥알이 닿을 때마다 따끔거린다. 혓바늘에서 바늘을 유추해낸 것이 이 시의 비의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다 뒤져도 바늘은 없고 혀가 만들어낸 말을 다 뒤져도 바늘은 없다. 그리하여 지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리는 게 혓바늘이다. 문지 간 『낫이라는 칼』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