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정인月下情人
- 어느 사내의 독백
안영선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어
당신 눈에 흐르는 내 눈물 감출 수 있으니까
당신 손을 꼭 쥐면 내 심장도 떨리겠지
순라군*이 오기까지 이 황홀한 떨림을 즐길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 손 꼭 쥐고 있을 거야
오늘 밤은 당신과 함께 춤을 춰야지
오직 당신을 위한 나를 위한 춤을 출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과 함께 춤을 출 거야
당신 체온은 내 몸으로 뜨겁게 뜨겁게 스며드는데
이 밤 당신과의 언약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두려워
차라리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정말 좋겠어
이런, 달이 자꾸 커지고 있어
초저녁에 뜬 둥근 달처럼
* 조선시대 도둑이나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하여 밤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
안영선: 경기도 이천 출생.
2013년 《문학의 오늘》 등단.
시집 『춘몽은 더 독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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