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문상 / 박후기
죽거든 화장(火葬)해 야산에 뿌려달라고 했다.
흰 머리칼 아직 기를 쓰고 매달려 있을 때, 머리 한번 감겨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머리칼 밀어버린 채 멍하니 바람 병상에 기댄 모습을 보니, 갑자기 머리만 커진 것 같아서, 그렁그렁한 두 눈 남모르게 감을 것만 같아서, 가느다란 목이 폐부에 깔린 마지막 숨을 힘겹게 빨아대는 빨대 같아서, 금방이라도 그 목이 부러질 것만 같아서,
반갑다고 휘두르는 더딘 헛손질에 뺨이라도 대주고 싶었다.
돌아와, 밤에 부음을 들었다.
다시 병상을 찾았을 때, 고인은 이미 바람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분분하게 흩어진 뒤였다.
계간『문학수첩』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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