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책리뷰보기

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by 안영선 2009. 8. 4.

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내용 편집/디자인 | green1985 | 2009-01-01 | 추천0 | 댓글0

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1210552

 

중학생 때로 기억된다.

문학 사랑이 막 불붙덧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책에 한참 빠져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게걸스럽게 탐독하며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책사랑을 키웠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한 단편들을 읽으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메밀꽃과 봉평의 대하장터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그곳을 동경하며 그곳으로의 여행을 막연히 꿈꾸었다.

어느날  TV문학관을 통해 [메밀꽃 필 무렵]을 보게 되었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내 머릿속의 그림과

TV 속 영상이 꽤 닮아 있음을 확인하며 혼자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이효석 탄생 100주년 이라는 재작년에,

서산으로 기우는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혼자서 이효석의 생가가 있는 봉평으로 향했다.

작품의 무대가 되었던 물레방앗간과 대하 장터, 정겨운 섶다리를 건너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을 거닐었다.

모카커피를 좋아했고, 풍금을 잘 쳤고, 파이프 담배를 즐겨 피웠다는, 부르조아 가산 이효석의 체취는

지역 상인들에 의해 상당 부분 희석되었지만,

작품의 배경지가 된 곳과 작가의 생가 방문은 내게 의미 있고 뜻깊은 추억으로 지금도 선연히 남아 있다.

 

 

이 책은 문학의 향기가 묻어나는 작가의 고향을 여행하면서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해준다.

고전 문학에서부터 현대 문학까지 다양한 작가와 작가의 고향, 그리고 작품을 소개한다.

중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는 21곳을 골라 작가의 고향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교 선생님답게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위주로

작가의 생가나 문학비, 작품의 배경지가 된 곳, 묘소 등을 수록하였을 뿐만 아니라

작품 탄생 배경과 작품 분석, 대표작 등을 소개하고 있어 문학 교육의 지침서로 손색이 없다.

이 외에도 문학 여행 속에 담겨진 곳의 여행코스와 교통편, 먹거리와 숙식까지 친절히 안내해 주고 있어서

문학여행 답사를 떠날 때 이 책을 챙기다면 질높은 문학여행이 될 것이다.

 

 

책을 손에 쥐고 목차를 빠르게 훑으면서 나는 서인의 영수였던 송강 정철을 만나러 담양으로 훌쩍 건너뛰었다.

정철의 잔인한(?) 인간성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그의 뛰어난 작품과 죽세공 마을인 담양이 나를 강하게 끌었다.

홍만종이 [사미인곡]에 대해 제갈공명의 [출사표]에 비길 작품이라고 말한 것은 너무 유명한 일화다.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 이 세작품만이 우리나라의 진짜 문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과연 내 선택은 옳았다.

드라마 '겨울 연가'의 촬영지가 된 곳인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이라고 한다.

많은 가사 작품이 대나무 못지 않게 선비의 넋이 깃든 정자 문화의 보고인 담양에 은거했던 선비들에 의해 쓰여졌으며,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의 산실인 송강정과 그 앞을 흐르는 산과 들과 개울이 마치 내 앞에 있는 듯했다.

 

 

두번째 찾아간 곳은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한껏 펼쳐보지 못하고 유배와 은둔으로 스러져간 비운의 정치 풍운아

고산 윤선도의 숨결이 숨쉬는 보길도.

고산은 당대 최고의 문학가로 [오우가]와 [어부사시사]는 국문학의 백미로 꼽힌다.

고산 작품의 근저에는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자리잡고 있다.

조선 인조 때에 지은 [오우가]의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을 벗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을 봐도 알수 있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과 아름다운 섬 보길도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윤선도의 유적지와 그의 숨결 때문은 아닐까?

세연정, 동천석실, 낙서재, 곡수당, 그리도 땅끝마을을 올해 꼭 답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보길도를 떠나왔다.

 

 

이 외에도 "메밀꽃의 고장 이효석의 봉평,

실개천이 흐르는 정지용의 옥천,

선운사의 동백꽃이 아름다운 서정주의 고창,

충절의 고장인 한용운의 홍천,

김삿갓의 은거지였던 영월,

채만식의 탁류 속에 흐르는 군산,

백마강가에 자리 잡은 신동엽의 부여,

상록수의 배경과 집필 장소가 된 심훈의 당진"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고려의 천재학자 최치원과 반골학자 김시습이 빠진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문학여행 답사를 떠나야 겠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 이 책,

이 책의 저자 만큼  유익하고 교육적인 문학여행 답사가 되도록 꼼꼼하게 계획하고 당차게 출발하리라.

'내책리뷰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0) 2009.08.04
문학을 찾아....   (0) 2009.08.04
한 가정에 꼭 있어야 할 필수도서!   (0) 2009.08.04
문학 여행하기...   (0) 2009.08.04
살아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0) 200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