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 박완호
교무실 한구석 캐비닛 위
몇 해 동안 한 번도 울어보지 못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북채도 없이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북,
허공을 쩌렁쩌렁 뒤흔들
커다란 목청을 갖고도
한 번도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지 못한 새처럼
힘센 소리의 물줄기를 품고도
얼어붙은 폭포처럼
울지 않는 북
가만히 다가가 그의 가슴에 귀를 대보면
고여 있는 소리들 청청淸淸하기만 한데
시인의 흉터가 시를 낳듯,
저 상처에도
노을 같은 딱지가 생기면
몸속에 갇혀 있던 소리가
새 살 돋듯
둥 둥 둥 울려 퍼질까?
울음을 속으로 삼켜가며
비상을 기다리는 새
계간 『열린시학』 200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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