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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박완호] 북

by 안영선 2010. 1. 6.

/ 박완호

 

 


교무실 한구석 캐비닛 위
몇 해 동안 한 번도 울어보지 못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북채도 없이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북,

 

허공을 쩌렁쩌렁 뒤흔들
커다란 목청을 갖고도
한 번도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지 못한 새처럼

 

힘센 소리의 물줄기를 품고도
얼어붙은 폭포처럼
울지 않는 북

 

가만히 다가가 그의 가슴에 귀를 대보면
고여 있는 소리들 청청淸淸하기만 한데

 

시인의 흉터가 시를 낳듯,

 

저 상처에도 
노을 같은 딱지가 생기면
몸속에 갇혀 있던 소리가 
새 살 돋듯
둥 둥 둥 울려 퍼질까?

 

울음을 속으로 삼켜가며 
비상을 기다리는 새

 

 

계간 『열린시학』 200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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