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강 /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 천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 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공광규 시인 : 충남 청양 출생
1986년 《동서문학》에 「저녁」등 5편이 당선되어 등단함.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등
2009년 《윤동주상 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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