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31|야구공을 던지는 몇가지 방식|하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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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을 던지는 몇가지 방식
하 린
직구 - 아버지
슬라이더 - 어머니
포크볼 - 형
커브 - 누나
마구 - 나
이쯤 되면 ‘눈물의 코리안 시리즈’다. 야구와도 같은 ‘그것이 인생’이라고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음, 이라고 말하면 윗글에 알맞은 주제가 될까? 삶을 살아가는 ‘몇 가지 방식’을 아주 장황하게 풀었지만, 하린 시인은 평소에 말수가 적다. 미소만 살짝 흘릴 뿐, 감정의 기복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대개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그러하듯(하긴, 타자에게 표정을 읽히는 순간 지는 거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투수가 있다. 9회 마지막까지 던지고 내려오는 자, 혹은 게임 중간에 강판 당하고 쫓겨나는 자. 어차피 언젠가는 둘 다 생이라는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을……. 어쨌거나 하린이 얼마 전 3회말 투아웃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회심의 일구를 던졌으니, 바로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이라는 제목의 첫 시집이다. 그는 얼핏 기교파 같아 보이지만 정통파 시인. ‘칠 테면 쳐 봐라!’ 누군가의 가슴에 ‘뻥’ 소리 나는 직구를 뿌릴 줄 아는 자다. 한 가지 구질만 고집하면 ‘약삭빠른’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라는 묵직하고 단조로운 구질만을 마구 던진다.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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