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75|대설주의보|최승호 | ||||
| ||||
-->
대설주의보
최 승 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길 읽은 등산객들 있을 듯
길 읽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린다는데, 대설주의보라는 말을 들어본 지도 몇 해 되었다. 물가(物價)를 이야기하며 군부독재시절이 좋았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는 당신을 보며 어젯밤 나는 슬퍼졌다. 돈 몇 푼을 들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늙고 낡은 가여운 영혼 앞에서, 언젠가 영화에서 본 적 있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으나 다시 노예로 살기를 자처하는 길들여진 흑인의 검은 눈동자를 떠올렸다. 어젯밤, 눈도 비도 아닌 어정쩡한 것들이 우리의 앞길을 더럽히고 있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였다. ■ 박후기 시인 |
'좋은詩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77 ㅣ나의 고아원ㅣ안미옥 (0) | 2014.01.05 |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76|백화점 가는 길|최영미 (0) | 2014.01.05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74|金堤|서규정 (0) | 2014.01.05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73|1964|임희구 (0) | 2014.01.05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72|덕담|도종환시인 (0) | 201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