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119 | 바람 조문 | 이서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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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 화
한적한 국도변에 弔花가 떨어져 있다
길섶의 바랭이
강아지풀
먼지들이 덮여 있는 화환
위로
당신은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것들, 가령 바람, 피부, 숲, 죽음, 세포, 불안……그리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얼마간 당신을 둘러싸고 떠드는 또 다른 인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바람은 내 몸 속까지 불어가는 건지, 피부의 두께와 세포의 수와 혈관의 길이는 얼마나 되는지, 문득문득 떠오르는 죽음과 그로 인한 불안은 우리의 영혼에 독이 되는가 득이 되는가. 제 몸조차 들여다보지 않고 우주를 이야기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죽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하물며 땅바닥에 떨어진 씨앗을 들여다보지 않고 어찌 생사를 말하겠는가. 오면 오고 가면 가는 게 생인 건 맞다. 아무리 바쁘다고 오늘 저녁엔 가엾고 기특한 우리 몸을 한 번 들여다보자. 보이면 보이는 대로, 안 보이면 거울이라도 빌리면 되는 일이다. 그나마 뒤태는 볼 수 도 읽을 수도 없으니, 요령부득이겠지만. ‘누군가 건드리면 그 틈에 와락 쏟아놓는 눈물처럼’ 때를 놓치면 당신은 울 수도 없을지 모른다. 조문 가서 망자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몇 초지간이 죽은 사람의 일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너무 긴 시간 동안 우리 몸과 영혼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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