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27 | 복사뼈를 만지다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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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 현
난데없이 부어 오른 왼쪽 발목의 복숭씨가
모자라거나 넘친 마음들은
가지를 떠나는 걸까
과육 반점이 부풀어
오른다
수밀도(水蜜桃)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던 시절이 있었지요. 잘 익은 복숭아 같은, 마음 속 첫사랑만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던 사춘기였을 겁니다. 너무 설익은 복숭아는 퍼렇거니와 딱딱하고, 너무 익은 복숭아는 짓물러 썩어버리지요. 딱 그 중간인, 분홍빛 살갗과 단물이 뚝뚝 흐를 것만 같은 복숭아 같은 첫사랑의 여자가 사춘기의 어느 시점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우연히 그녀를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붉게 익어버렸습니다.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다가 물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그동안 참았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터져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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