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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시로 쓰는 편지-116ㅣ거짓된 눈물의 역사ㅣ김중일

by 안영선 2016. 12. 1.



거짓된 눈물의 역사

 

 

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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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에서 깨어난지 오래됐는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지 오래됐는데,

잠보다 너무 길고 어두웠던 꿈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 맞닥뜨린, 내 옆에 모로 누운 허공의 어정쩡한 자세,

나 어렸을 때 병이 깊어 복수 찬 배를 땅에 질질 끌며

마당 한 바퀴 돌고, 집 버리고 나가 죽은

그 작던 강아지만한 눈물 한 방울이

오늘밤 내 발등에 떨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도록 따뜻하고 축축하게 삶은

작은 행주 같은 혀로 내 발등부터 나를 닦아낸다

먹고 살고 죽는 저 높은 식탁위에 물얼룩처럼 묻은 나를

말끔하게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시인은 역사에 대해 말합니다.‘거짓된 눈물의 역사에 대해 말이지요. 어쩌면 역사란, ‘잠보다 너무 길고 어두웠던 꿈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 순간을 대면하는 것이 역사적 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든 인식적 가치를 지닌 작품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새로운무언가를 알게 합니다. 무언가는 과학, 철학, 종교 등이 제공하는 인식적 가치와 함께 갈 수도, 역행할 수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 경우 그 인식적 가치는 과학, 철학, 종교의 언어들과는 거리를 갖게 됩니다. 핵심은 이러한 인식적 가치가 그 시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 안에서만 그 무언가가 빛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무언가는 눈물 한 방울과 역사적 상상력에 가닿고 있습니다. 역사는 너무 멀고 너무 가까이 있습니다. 그 역사를 대면하는 것, 당면 과제이은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