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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詩

新몽유도원도 10 - 안영선

by 안영선 2019. 7. 3.


몽유도원도 10

- 비혼*

 

안영선

 

 

그의 손끝에서 가지 하나가 싹둑 잘려 나간다

 

짜릿하게 흐르던 수액이 하늘로 뚝뚝 떨어진다 부도체不導體가 되어버린 몸에 더 이상 황홀하게 흐를 것은 없다 오늘도 시급時給에 목말랐던 무딘 질감이 나를 감싸고 있다 분침이 시침처럼 느리게 걷는다 싹둑 잘린 마디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면 좋겠다는 발칙한 상상을 한다

사랑도 때로는 사치가 된다 눈빛 뒤에 감춘 사치는 뜨거운 애정의 별칭이다 사랑과 사치 사이 내 눈은 사시斜視처럼 오늘도 곁눈질 중이다 싹뚝 잘린 마디에 수평과 수직의 저녁노을이 파르르 떨고 있다 서로를 닮아 서로를 밀어내는 자석처럼 나는 몽중夢中에 도원桃園의 한 지점을 서성이고 있다

 

손끝에서 싹둑 잘린 마디도 도화桃花 향기 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 비혼(非婚): 결혼할 생각이 없거나 자발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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