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몽유도원도 12
- 화유*記
안영선
저 꽃의 고향은 수천 광년의 성단 어디쯤일 거야
꽃은 저마다 뒤춤에 별을 감추고 있지 바람이 복사꽃 가지를 툭 건드리면 생을 놓친 꽃잎은 도원을 떠돌다 총총총 하늘 끝자리에 박히기 시작하지 코스모스 꽃술에도 가을이 오면 무수한 우주가 반짝이기 시작하거든 꽃은 그렇게 숨겨놓은 별을 한 움큼씩 슬쩍슬쩍 하늘에 뿌리곤 하지
지상에 사는 게 다 꽃놀이라 생각한 적이 있어 무명의 별에서 내려와 놀고 별로 돌아가는, 다시 별에서 내려와 실컷 놀고 다시 별로 돌아가는, 천상병 시인의 소풍 같은 화유(花遊)
꽃이 품은 생의 주기는 아마 별의 주기를 닮았을지도 몰라 거친 바람에도 하늘 한 자락 차지하는 별꽃처럼 지상의 영혼은 위로받는 한 지점의 별자리가 되고
꽃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허공에서 미완의 꿈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어
* 꽃을 구경하며 즐김(花遊)
- 2019년 [문파문학] 가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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