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박홍재
봄물을 해산하는 강은 어제오늘 삭신이 풀렸다
고추바람을 버틴 가지들은
초록의 등잔 위에 꽃불을 놓는다
바람을 잡아먹고 바람에 쫓기다
산에서 산까지 몰려다니다
배를 묻은 텅 빈 눈은 허기의 그릇에 잠긴다
꽃살문을 사이에 두고
꽃산에 든 누이
산그림자 짙어 오면 참꽃잎 부서져 내리는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꽃 비린내
꽃 빛에 비치는 무덤의 내음
눈썹달 흰 발자국이 참꽃 짓무른 입술을 핥고 간다
참꽃잎 따 담아두던 빈 곽의 향내를 쫓는다
박홍재
제5회 남구만신인문학상
제2회 여순평화인권문학상 시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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