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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박완호]-숙맥

by 안영선 2010. 7. 19.

 

숙맥 / 박완호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작은 풀벌레 한 마리 함부로 건들지 못하고

발길에 채인 돌멩이조차 멀리 차내지 못하는

숙맥이 됩니다, 당신을 안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 켜켜이 쌓이고

햇덩일 삼킨 맘이 뜨겁게 달궈질수록

자꾸 작아지는 나를 버립니다

저를 죄 지우는 건 참 아픈 일이라

차라리 사랑이란 말을 쓰지 않을 때

그리움은 혼자 제 길을 찾아 나섭니다

구름 뒤에 숨은 달빛을 찾아가는 길,

떨어져 나온 나뭇가지에서 멀어질수록

뿌리 가까이 스미는 나뭇잎처럼

최초의 떨림만이 세상 가득합니다

아무도 없는 사각 렌즈 속에서

기침처럼 툭 튀어나온 그대가

이리 뛰어올 것 같은 느낌만으로도

숙맥의 마음은 한낮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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