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맥 / 박완호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작은 풀벌레 한 마리 함부로 건들지 못하고
발길에 채인 돌멩이조차 멀리 차내지 못하는
숙맥이 됩니다, 당신을 안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 켜켜이 쌓이고
햇덩일 삼킨 맘이 뜨겁게 달궈질수록
자꾸 작아지는 나를 버립니다
저를 죄 지우는 건 참 아픈 일이라
차라리 사랑이란 말을 쓰지 않을 때
그리움은 혼자 제 길을 찾아 나섭니다
구름 뒤에 숨은 달빛을 찾아가는 길,
떨어져 나온 나뭇가지에서 멀어질수록
뿌리 가까이 스미는 나뭇잎처럼
최초의 떨림만이 세상 가득합니다
아무도 없는 사각 렌즈 속에서
기침처럼 툭 튀어나온 그대가
이리 뛰어올 것 같은 느낌만으로도
숙맥의 마음은 한낮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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