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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詩읽기

[김윤배]-죄, 혹은 반역이었으니

by 안영선 2010. 7. 19.

죄, 혹은 반역이었으니 / 김윤배

 

 

 

 

페테르브르크 감옥은 바다를 등지고 있다

눈썹 창으로 어둠이 찰랑인다

감옥에 갇힌 어둠은 말이었다

돌침대 위에 누워 있는 상처투성이의 말들

어떤 말도 걸어서 이곳을 나가지 못했다

내 안에 갇혀 썩고 있던 말을 이감하고

무거운 족쇄를 말의 발목에 채운다

한 때 나였던 말, 지금도 나인 말이

어둠 속에서 눈썹 창을 향해 무릎 꿇는다

내가 말 앞에 무릎 꿇고 싶었다

말 속에서 내가 부패하고 있었으니

페테르브르크 감옥은 나와 말을 치환한다

저 말들이 한 때는 세상을 색깔 위에 놓았다

감옥은 바다에 갇히고

바다는 달빛에 갇혀

은빛으로 가라앉는다

 말이었던 혁명투사들

말이었던 보수주의자들

말이었던 시인들

형장으로 걸어 나갈 때 독방에서

피 흘리던 말들의 기억을 쇠문은 지우지 못한다

 

말은 죄, 혹은 반역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