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를 위한 질문*/ 김종경
모차르트의 영혼을 전송한다, 수신자는 새벽까지 부재중이었으나 나의 디·벨·티·멘·토는 끝없이 전송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는 수용소에 끌려온 유대인들이 가스실로 들어 갈 때마다,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듣게 했다 샤워실로 위장한 죽음의 문턱에서 천재 음악가의 경쾌한 춤곡과 행진곡을, 그들은 잠시 어둠 속 여행의 두려움과 공포를 잊었지만 검은 기차의 승객들은 몇 달 째 구름처럼 몰려왔고, 구원을 담보로 선택받은 묵시록 연주자들의 모차르트 음악 역시 끝나지 않았다 불길 치솟던 소각장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와 악취가 쉼 없이 뿜어졌고 모든 게 낙엽처럼 쉽게 타버린 그해 겨울, 가끔은 모차르트 대신 슈트라우스 왈츠곡이 검은 굴뚝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모차르트의 부재를 기원했다, 당신의 부재중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영국의 어린이 책 작가인 마이클 모퍼고와 마이클 포맨이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쓴 책.
격월간 『유심』 2010년 9~10월호 발표
김종경 시인
경기도 용인에서 출생. 동국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8년 계간 《불교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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