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름 작명소 / 이은규
고단한 잠은 멀리 있고
나를 찾지 못한 잠은
누구의 호흡으로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있을까
나는 아직
아름다운 운율에 대한 정의를
잠든 그의 숨소리라고 기록한다
두 눈을 꼭 감으면 잠이 올 거야, 없는 그가 다독이며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두 눈을 꼭 감으면 감을수록
떠도는 별들이
동공의 어두운 웅덩이를 찾아와 流星雨로 내렸다
밤새 流星雨로 내리는 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면
차가운 호흡과
별들이 돌아가는 시간이 꼭 알맞았다
오랫동안 성황을 이룰, 별이름 작명소
잠을 설친 새벽이 눈 뜰 때마다
검은 액자 속 한 사람과 마주쳤다
날마다 희미해지는 연습을 하는지
명도를 잃어가는 사진 한 장
별이 태어나는 차가운 먼지구름 속
아무도 그가 먼지구름에 도착했다는 안부를 전해주지 않았다
어떤 별의 소멸은 아직 없는 별을 산란시킬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그 입술을 조용히 짓이기고 싶었다
계간 『서정시학』2009년 겨울호 발표
이은규 시인
1978년 서울에서 출생. 광주대 문예창작과 및 同 대학원 졸업.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2008년 《동아일보》 시부문에 당선. 계간 『시와 시』의 편집장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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