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趙氏 상가에서
안영선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늦은 밤 자식들 눈을 피해 몰래 가셨다
산림감시원으로
그의 감시를 받던 나무며 잡풀의 감시를 피해
후미진 골짜기 나무 그림자 밑에서
곰취와 고사리 풀 내 가득한 배낭을 베고
곤히 잠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으셨단다
상주의 목 맨 소리가 허겁지겁 문자로 곡을 한다
천리 길을 달려 도착한 영안실에서는
낯익은 사진이 웃고 있다
아들 친구라며 반기시는 게다
입관도 못한 채 조문을 맞는 아버지
웃는 모습이 발그레한 핏빛으로 돈다
사타구니에 미온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가신 시간은 발견되기 한 시간 전이란다
들 것으로 옮겨진 자리에는
체온이 땅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지도 못했단다
아쉬운 마음에 볼을 땅에 비벼보지만
체온을 빨아들인 땅은 다시 온기를 내놓지 않았단다
정말 서럽게 우는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참 애쓴다는 말만 거푸 내 뱉는다
지난 밤 잠들었던 나무 밑에
아버지의 체온이 곰취며 고사리로 피어
산 가득 덮을 거라며 말을 얼버무린다
친구 아버지는 그런 나를
살펴 돌아가라는 듯 말없이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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